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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컬러콜라 작성일23-01-18 14:20 조회1,284회본문
컬러콜라 아티클러 Articlor 는 에디터가 엮어낸 비정기 아티클, 혹은
가벼운 신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패션사에서 아이코닉한 인물을 이야기할 이번 주제는
영화배우 제임스 딘 James Dean 입니다.
To Wear What You Want
주말이면 가끔 드레스를 입은 꼬마 아이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엘사 복장을 하고 손바닥만 한 티아라도 쓰고 있습니다.
태권도복 혹은 마블의 히어로 복장으로 날아다니고 있는 남자아이들도 종종 보입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부모님들은 해탈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챙기며 지나갑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다 주신 옷을 입혀주시는 대로 군말 없이 입던 아이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내 멋 대로' 입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보다 멋진 나'를 추구하는 욕망은 의외로 빠르게 생겨납니다.
의식주의 추구를 넘어 패션을 바탕으로 한 인정욕구의 발현입니다.
조금 더 익숙한 예로 청소년 시기에 끓어오르던 TV, 영화 속 주인공들에 대한 동경을 떠올려봅니다.
영화 <비트>의 정우성이 오토바이 헬멧을 벗던 모습처럼 어떠한 행동 일수도,
싸이월드 얼짱들을 따라 찍었던 셀카처럼 특정한 포즈 일수도,
공유의 롱 코트, GD의 신발처럼 특정한 아이템일 수도 있습니다.
해외로 주제를 넓히면 인물도 아이템도 더욱 많아집니다.
셀 수 없이 많은 패션 아이콘 중에서도 오늘의 주제는 청춘의 아이콘이자 영원한 반항아, 제임스 딘입니다.
1954년 영화 <에덴의 동쪽>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제임스 딘은 이듬해 <이유 없는 반항>이 개봉하기 직전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길지 않았던 연기 생활이었지만 그가 남기고 간 모든 작품과 일상 속 장면들은 영화, 음악, 예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영감으로 남아 시대를 초월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White T-Shirt
여름이 오면 네이버 혹은 유튜브에 한 번쯤 검색하게 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남자 흰색 반팔 티 추천', '반팔 티 브랜드 추천'.
흰색 반팔 티는 비단 여름뿐만 아니라 간절기에도 레이어드로 챙겨입는 베이직한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흰색 반팔 티는 제임스 딘이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고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저 속옷에 불과했습니다.
요즘에야 질 좋은 흰색 반팔 티와 깔끔한 청바지, '흰 티에 청바지'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호감을 줄 수 있는 패션으로 여겨지지만 무늬 없는 흰색 티는 보온과 땀 흡수 등의 이유로 겉옷 속에 챙겨 입는 속옷이었습니다.
요즘처럼 한없이 캐주얼한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클래식함으로 가득 차있던 과거에는 슈트 차림에 입는 화이트 셔츠도 속옷의 범주에 속했다고 하니, 일단은 수긍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영화 속 제임스 딘은 어른들의 무책임과 불합리함에 방황하는 10대 청소년 '짐 스타크'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짝다리를 짚은 삐딱한 자세로 담배를 쥔 채 째려보듯 응시하고 있는 포스터 속 제임스 딘의 눈빛을 제외하더라도, 붉은색 재킷을 배꼽까지 내려 속옷(!)을 내보이고 있는 그의 패션에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반항심이 느껴집니다.
Denim Pants
흰색 티셔츠와 마찬가지로 청바지 또한 남주인공을 위한 멋드러진 패션은 아니었습니다.
청바지는 '워크웨어'라는 번역을 거쳐야 할 표현보다 직설적인 '작업복'에 걸맞은 옷입니다.
유명한 리바이 스트라우스 Levi Strauss가 천막용 천으로 만들어내며 시작된 청바지의 전설은 이렇게 제임스 딘과도 닿아있습니다(영화 속에서 제임스 딘이 입었던 청바지는 리바이스가 아닌 LEE 101Z 라이더스입니다.).
<이유 없는 반항>속 어른들의 불합리와 오만으로 가득 찬 세상에 굴하지 않는 고독한 영혼 '짐 스타크'.
젊은 남자들은 '짐 스타크'가 된 것처럼 흰색 티셔츠와 빨간 재킷, 그리고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그의 삐딱한 몸 짓과 눈빛을 따라 했습니다.
제임스딘의 착장은 마치 하나의 문화적 운동처럼 퍼져나가며 유행합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반항적인 옷'이라며 청바지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오히려 청바지에 자유와 젊음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며 유행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Glasses
삐딱한 자세와 함께 찌푸린 눈 또한 반항아적인 매력을 더하는 포인트입니다만,
이는 실제로 시력이 안 좋아서 생긴 제임스 딘의 습관입니다.
쉬는 날이나 촬영 중간중간 안경을 쓰고 있는 사진을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즐겨 쓰는 안경은 거북 껍질 무늬에 클래식한 키홀 브리지와 둥근 실루엣이 매력적인 아세테이트 소재의 안경입니다.
안경에 사용된 '클래식'과 '둥근'이라는 수식어에서 느낄 수 있듯 강렬한 그의 인상을 부드럽게 해주며 색다른 매력을 더합니다.
그의 유명한 안경테는 미국의 안경 제조업체 Universal Optical에서 제작된 Mansfield Square F770입니다.
현재는 그의 이니셜을 따서 'JD Glasses'라고 이름 붙여진 제임스 딘의 시그니처 한 안경테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복각되어 현재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Rebel, The Epitome of Cool
속옷과 작업복에 불과했던 흰색 셔츠와 데님 팬츠를 하나의 시그니처 룩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제임스 딘의 일관된 삶의 모습에서 기반합니다.
스크린 밖의 삶에서도 스타들에게 요구되던 단정하고 모범적인 규율에서 벗어나
화려하고 요란했던, 때로는 우울했던 예술가적 태도에서.
‘짧았던 기간 동안 다시없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제임스 딘은 그 자체로 대체할 수 없는 청춘, 젊음, 방황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은 꺼내 입는 데님 팬츠를 오늘도 꺼내 입습니다.
거친 젊음의 아이콘을 기리며 소심하게 셔츠 단추를 하나 살짝 풀어봅니다.
#The_Denim #The_Cool #The_Re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