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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컬러콜라 작성일21-10-15 18:49 조회1,270회본문
: 키워드가 있는 오늘의 옷차림을 이야기하다
Repro, return to the origin
복각이란 과거 활판인쇄에 사용되는 책판을 원본으로 그대로 다시 목판으로 새기는 일을 말합니다.
현재는 그 의미가 보다 넓어져 '원형을 모방하여 다시 만들어내는 일', '복원'의 의미를 가지며 인쇄 활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패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바지, 똑같은 재킷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생산의 시대의 시각으로는 패션에 원형이 어디있나 싶지만, 밀리터리나 워크웨어 등의 특별한 '목적'아래 만들어진 아이템의 처음 형태를 원형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퍼티그팬츠나 덱 재킷, 덱 부츠, 피 코트나 셀비지 데님 등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패션계에서는 해외와 국내 할 것 없이 '복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상태입니다.
오늘 Outfit by COLORCOLLA는 ‘복각’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FULLCOUNT의 셀비지 데님과 WAREHOUSE의 스웨트 셔츠, 그리고 오리지널 덱슈즈를 재해석한 COLORCOLLA의 Mid Top Deck Shoes로 꾸며집니다.
01. FULL COUNT New Loose Straight 0105W
세계 2차대전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던 셀비지 청바지이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셀비지 원단 생산이 중단됩니다. 다양해진 원단 수요와 대량생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리고 까다로운 생산법 때문입니다.
이때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면화 생산을 해온 일본의 방직공장들과 오사카의 청바지 브랜드들을 통해 독자적인 셀비지 원단을 생산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오사카의 5개 데님 브랜드 Osaka Five가 자리 잡게 됩니다.
FULLCOUNT는 Osaka Five의 브랜드 중 하나로, 뛰어난 품질과 디테일로 빈티지 데님을 복각하는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오늘 착용한 제품은 1947~1953년도의 빈티지 데님을 베이스로 복각된 제품입니다. 방축 가공을 하지 않되, One Wash 처리 된 제품입니다.
보다 와이드 한 실루엣이 신발 위로 떨어지는 라인이 굉장히 이상적인 핏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핏이겠지만, 착용시 느껴지는 부드러운 원단이 어느새 피부에 와닿습니다.
풀카운트는 다른 품종보다 면화 원물의 길이가 긴 짐바브웨 면화로 원단을 만들어냅니다.
섬유 길이가 가늘고 길어 , 면화를 꼬았을 때 겹쳐지는 부분이 적어 보다 가볍고 피부에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봉제 실로 이집션 코튼을 사용해, 예전의 빈티지 청바지처럼 데님 원단과 봉제 실이 함께 페이딩되는 경년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02. WAREHOUSE 403 Plain Sweatshirt
오리지널 Sweatshirt는 1926년 Benjamin Russell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축구 선수 였던 아들을 위한 ‘편안한 운동복’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 아이템은 1930년 Russell Athletic에서 생산을 시작하며, 2021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초기의 스웨트셔츠는 앞뒤면 패널이 동일한 쉐입으로, 양면 넥 칼라의 V-노치를 찾아볼 수있습니다.
두꺼운 삼각형의 노치는 빠른 땀 흡수를 위한 디테일입니다. 목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는 매우 기능적인 디자인입니다.
또한 탄성있는 소재로 제작된 소매또한 스웨트 셔츠의 원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착용한 WAREHOUSE의 403 플레인 스웨트 셔츠는 1940년대 미드 센츄리의 빈티지 스웨트 셔츠를 바탕으로 당시 사용되었던 리브 디테일과 봉제 사양등을 재현했습니다.
원형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려 측면 심 없이 앞뒤 패널이 동일한 곡선으로 처리된 Double V Collar가 눈에 띕니다.
1940년대의 아이템을 복각 했기에, 1950년대부터 등장한 사이드 패널과 리버스 스위브등의 디테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빈티지한 무드의 논 워시 제품으로 두세 차례 세탁을 거치니, 희끗희끗 물이 빠진 원단이 더욱 빈티지한 멋을 더합니다.
03. COLORCOLLA Mid top Deck shoes
Deck Shoes, Boat Shoes, 혹은 Topsider.
1935년 Paul Sperry에 의해서 탄생한 이 아이템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배의 갑판 위에서’ 주로 착용하는 일종의 워크 슈즈입니다.
덱슈즈의 특징으로 크게 4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어퍼의 소재
2. 어퍼의 마감방식
3. 가죽 소재의 랩 어라운드 레이스
4. 물결무늬 홈이 파진 아웃솔
갑판에서 일하는 어부들이 주로 착용했기 때문에, 파도치는 바닷물의 흡수를 차단하고 물에 젖어도 빠르게 마르는 소재로 어퍼를 만들고, 어퍼를 굵은 실로 꿰맨 Moc-Toe 스타일 마감이 되어있습니다. 또한 미끄러움에 저항하기 위해 홈이 파진 아웃솔을 사용했습니다.
COLORCOLLA의 미드 탑 덱 슈즈는 오리지널 덱 슈즈를 캐주얼하게 재해석 한 제품입니다.
컨버스에 가죽을 덧댄 어퍼를 캐주얼한 스니커즈의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랩 어라운드 레이스 대신 가죽으로 웰트를 만들어 독특한 디테일을 더해줍니다. 아웃솔에 물결무늬 홈은 없지만, 편안한 착화감의 러버솔을 적용했습니다.
Repro Enough?
여기까지 따라온 정보와 트렌드에 민감한 21세기의 젊은이라면, 복각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그러나 복각이란 장르에 대한 이해 없이 유행에만 편승하여 비싼 돈을 주고 복각 제품을 구매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최신의 기술로 짜인 부드럽고 가벼운 원단이 아닌 구형의 방직기로 만들어진 거칠고 무거운 원단을, 녹슬거나 빛바램 없는 소재보다 녹이 슬어 쇳독이 오를법한 소재의 부자재를 선호하는 그야말로 '원형의 온전한 재현'에만 의의를 두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패션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각 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닌 원형을 찾아 즐기는 문화로 바라보면 독특한 패션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