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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or

엔지니어 부츠 Engineer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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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컬러콜라 작성일22-10-19 10:15 조회1,2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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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콜라 아티클러 Articlor 는 에디터가 엮어낸 비정기 아티클, 혹은

가벼운 신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티클러의 이번 주제는 엔지니어 부츠 Engineer Boots 입니다.




Autumn Breeze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에 마음이 뒤숭숭해진 가을남자는

있는 힘껏 멋부린 착장에 첼시부츠로 키와 분위기를 더합니다.


아차차. 저녁 식사를 좌식 식당에서 할 줄이야.


부츠는 좌식 생활을 기반으로 했던 한국에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신발입니다.

언제 어디서 신발을 벗어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강이까지 멋들어지게 올라오는 슈레이스를 허겁지겁 풀어낸 경험이 있다면 부츠가 선사하는 특유의 멋에도 불구하고 쉽게 손이 안가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인 엔지니어 부츠는 조금 투박할지언정

착용자의 편의를 배려해주는 신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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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es for the industrious worker


엔지니어 부츠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그 시작은 기술자 Engineer 를 위한 기능화였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서부 개척시대 위험한 철도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관사들을 위한 작업화입니다.


1848년,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골드 러쉬로

(gold rush;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

미국 서부 지역의 경제적 번영과 함께 운송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중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5개 철도 노선에 이어

1869년에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까지 개통됩니다.

철도는 명실상부 서부 개척시대의 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이 되었습니다.


확장된 철도의 길이만큼 이를 관리하고 수리할 기관사, 엔지니어들이 늘어났습니다.


뜨거운 불과 매케한 연기, 튀어오르는 파편.

거칠게 달리는 열차는 수많은 사고와 위험을 동반합니다.

이에 작업자들을 보호할 장비로 엔지니어 부츠가 탄생한 것은 필수적인 수순입니다.

확장된 철도의 길이만큼 이를 관리하고 수리할 기관사, 엔지니어들이 늘어났습니다.


엔지니어 부츠의 특징은 오일을 먹인 두꺼운 가죽으로 발을 감싸며 올라가는 길다란 목, 샤프트입니다.

석탄 암석과 뜨거운 불씨, 날카로운 삽의 모서리로부터 파이어맨(엔진에 석탄을 삽으로 넣는 사람)의 다리를 보호하는데 탁월했기에,

기관사들뿐만 아니라 거친 작업환경에 놓인 수많은 일꾼들에게 기능화로서 인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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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gh Cookie


제2차 세계 대전의 발발과 함께 엔지니어 부츠의 인기는 잠시 시들해집니다.

대부분의 신발 제조업체들은 전투화를 찍어내며 군수품 시장이 득세를 하게됩니다.


그러다 1945년 종전 이후 엔지니어 부츠는 작업자들이 아닌 '바이커'들에게 인기를 끌며

‘바이크 부츠’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종전 후 돌아온 전역자들은 바이크 클럽을 결성하고 장비로서 엔지니어 부츠를 선택합니다.

신발을 묶는 끈이 없이 두터운 가죽은 뜨거운 엔진으로부터 보호하며,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라이더의 다리를 사고시에도 충격을 완화해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보호구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엔지니어 부츠라면 바이크의 이미지가 강한게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1953년에 개봉한 영화 '위험한 질주(The Wild One)'에서 도시를 휘젓던 폭주족으로 출연한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또한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기성 세대에 반항적인 미국 ‘비트 세대’의 우상인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의 엔지니어 부츠는 그야말로 젊은이의 상징이 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작업화' 라는 태생 때문인지 워크 부츠는 본래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만,

점차 버클이나 스터드 같은 장식이 더해지면서 점점 대중화의 수순을 밟으며

결국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기는 터프한 신발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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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ineer's Features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여러 브랜드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반영하여 다양한 디자인의 엔지니어 부츠를 출시하지만 변하지 않는 고유의 특징이 있습니다.


검은색이나 갈색의 풀 그레인 가죽에 유연성과 내구성을 추가하기 위해 기름칠을 하고,

스타일에 따라 착용자의 다리 위로 7인치에서 17인치까지 확장할 수 있는 샤프트입니다.


이중 레이어 샤프트는 열과 기타 위험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아일렛, 텅 및 끈이 없는 엔지니어 부츠는 발목과 샤프트 상단에 있는 가죽 스트랩으로 조이거나 풀어서 꼭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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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이라는 뉴스도 잠깐,

차가운 바람이 싸늘하게 파고드는 겨울이 코앞입니다.


엔지니어부츠의 두툼한 외피속에 뚝떨어진 기온에 웅크린 발가락을 숨긴채 겉모습 뿐일지라도 조금 더 당당한 걸음을 걸어봅니다.

살짝 내려입어 길게 떨어지는 바짓단을 받쳐주며 발등위에 바지 주름이 멋을 더합니다.

엔지니어 부츠를 교복처럼 고르는 가장 큰 이유이자 매력 포인트입니다.


반팔 티셔츠와도 어울리지만 셔츠와 가디건, 혹은 자켓과 스웨트셔츠 등의 레이어드와 함께 할 때 더욱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어디인가 숨어서 도사리고 있을 좌식 공간도 더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지퍼만 슥- 내려주면 신발이라는 일터에서 두 발도 가뿐하게 퇴근입니다.


그럼 이만, 오늘의 아티클러를 올리며 에디터도 퇴근입니다.



#칼퇴좋아 #사실은_집돌이 #INFP